유월의 기도
평전 윤병두
봄꽃 다 져버린 숲 속에도
향기 은은하게 여전하듯
나 또한 향내 나는 사람이게 하소서
청 보리 푸른 물결이
황금물결 되어 출렁이는 유월
나 또한 바람 따라 출렁일지라도
꺾여지게 마옵소서
내 영혼에도
시시 때때로 이른 비와
늦은 비를 허락하시고
밝은 햇빛으로 보듬어 주소서
나 이제 여물어가는
청보리가 되게 하소서
가라지를 뽑아낼 때
나 또한 뽑혀지지 않게 하시고
오직 섭리 따르게 하시고
알곡 되어 곡식 창고에 들어가게 하소서
푸르름이 짙어가는 숲 그늘에 서면
내 소망도 더욱 푸르러지게 하옵소서
유월에는
휘날리는 저 태극기를
다시 한번 보게 하소서
유월의 푸른 산 능선에 서거든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어느 능선 풀 섶 우거진 골짜기
해진 군복에 철모 눌러쓴 무명용사의
피와 땀이 지금도 배어 있을 듯....
유월이여 그날을 잊지 않게 하소서
아름다운 이 강산
후손에 물려줄 아름다운 산하
피땀으로 이룬 이 나라
자랑스럽게 여기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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