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기도
평전 윤병두
하늘을 향하던 벼이삭
점점 고개를 숙이는 구월
나 또한 겸허히
고개를 숙이게 하소서
갈바람에 순응하여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꺽이지 않기 위함이라
나 또한 바람따라 흔들릴지라도
내 소망 꺽이지 않게 하소서
가을을 기다려 꽃잎을 피워낸
소박한 들꽃은
밤을 기다려 별과 친구하고
새벽 이슬 방울이 보듬어 주니
괜스리 외롭다 하지 말게 하소서
짓 푸르던 나뭇잎
이제 오색으로 덧칠하려니
내 마음도 한껏 가을 색으로 덧입혀 주시되
고운 색으로 덧칠하게 하소서.
귀뚜리 또르또르 하는 가을밤
외로움이 밀려오거든
별을 바라보게 하소서
내별이 저 멀리서라도 등대되어
내에게 밝혀주어
희망의 노래를 부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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