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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사우
평전 윤병두
내가 일찍이 시를 썼더라면
차 한잔 위하여
쭈그러진 주전자 연탄 위에 올려놓고
붉은 줄 이백자 원고지 채우려
뭉그러진 몽당 연필로
쓰다 지우다 하다가
애꿎은 원고지 구기고 찢고 하였으리라.
때마침 찬 바람이 문풍지로 나팔 부는데
지나가는 찹쌀떡 장수의 처량한 소리
마음을 울려 주면 제격이었겠다.
(文房四友 : 주전자, 연탄난로, 원고지, 몽당연필)
지금의 문방사우는
모니터요 자판이요 마우스요 두꺼운 안경,
되지도 않는 글을 쓰려
자판을 더듬거린다.
옛 문방의 네 친구는 문방에서 없어진 지금
(고사성어 文房四友는 文房死友가 되어버린 지금)
그래도 文房四友는 여전히 나의 친구
더듬거리는 자판일랑 접어두고
몽당 붓에 먹물 듬뿍 찍어
봄이면 고향 뒷산 고운님 계신 곳 피어나는 춘란,
그 춘란 한 폭 그리려 하니
어느새 주름진 내 눈가 이슬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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