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평전 윤병두
지금 창밖에 눈이 내린다면
흰 눈이 소복소복 한없이 내린다면
친구가 되어준 한잔의 블랙커피는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그리고 무작정 나설 것이다
그리고 걷는다,
무작정 혼자 걸어간다.
도심을 빠져나가
차의 경적소리도 멀어지고
인적이 없는 길을 걷는다
들길이라도 좋고
산길이라도 좋고
걷고 또 걸어갈 것이다
멀리 하늘과 땅이 맞닿은
지평선만 보이는
들판이라도 좋고
산새 소리만 들리는
험산 계곡이라도 괜찮다.
걷고 또 걸어갈 것이다.
흰눈 쌓인 고운 언덕 위
뒤돌아 보는 내 발자국
대한 지나면 며칠이나 남아 있을까?
봄이 오면 내가 밟았던 자리
이름 모를 풀꽃은 피어나겠지만
내 인생 발자국 남기려 꾹꾹 직어본들
그 무엇이 남고 그 누가 기억하랴.
눈 내리지 않는 대한
괜한 생각 접고
마시던 커피나 마저 마시자.
반응형